- 강마에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희연, 배용기


<베토벤 바이러스> 9회의 핵심은 강마에의 방식에 대해 반발한 단원들의 사표로 인해 사과해야할 궁지에 몰리는 강마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절정은 역시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멤버였던 첼로의 정희연, 트럼펫의 배용기가 강마에와 주고받는 독설이 담긴 장면이었습니다.

정희연, 배용기라는 캐릭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봐라. 실력도 없는 소시민들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더니, 결국에는 뒤통수 치지 않느냐. 결국 이게 너희들의 모습이다."라고 말입니다. 다시말해 힘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향한 무례함에 대한 변명을 제공할만한 장면이 아니었을까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정희연, 배용기가 잘못을 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시청자입장에서는 정희연, 배용기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시청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전후사정과 강마에의 내면을 엿보았기 때문입니다.


- 누구의 잘못인가? 원인이 무엇인가?


정희연, 배용기의 입장에서는 강마에에게 당해왔던 아픔을 표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그 아픔들 속에 담긴 강마에의 진심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있죠. 앞서말했듯이 우리는 강마에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시청자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강마에를 이해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두루미와 강건우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강마에를 이해할 수 있었나요? 그들은 가까이에서 강마에의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을 향한 독설 속에 담긴 진심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마에의 무례한 외면과는 달리 내면에는 인간적인 모습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 모든 사태는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합니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으로 인해 강마에는 은퇴까지 생각할정도로 흔들리게 되었고, 정희연, 배용기 씨는 강마에에게 철이 덜 들었다고, 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개하고만 어울린다고 독설을 내뱉게 되고, 단원들은 사표를 제출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 소통의 형식이 중요한가, 내용이 중요한가?


결국 이 질문은 소통의 형식이 중요한가, 내용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없습니다. 이 질문은 단지 형식과 내용을 이분법으로만 생각하는 오류에 속한 질문입니다. 답이라면 둘 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친절한 거짓의 형식보다는 무례한 진실의 형식이 옳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강마에는 친절한 거짓의 형식이 아닌 무례한 진실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저는 강마에를 인정하고 싶습니다.

정말 독한 사람, 무례한 사람은 강마에와 같은 인물이 아닙니다. 두루미의 말처럼 앞에서는 웃고, 뒷통수를 치는 사람이야말로 독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은 오히려 정희연, 배용기였습니다.


- 감정의 고려가 부족한 강마에.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그렇다고 강마에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강마에의 소통의 형식에는 감정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강마에는 스스로 밝히듯 음악 외적 사유로 인해 무례함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이성의 영역에서는 전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감정의 영역에서는 다릅니다. 강마에를 향한 정희연, 배용기의 독설 중에는 당신은 눈물도 없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감정이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를 두루미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강마에는 상대방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는 것입니다. 하이든이 깁갑용 할아버지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만, 진심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또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강마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설사 새로운 시향단원들에게는 아니었을지라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시절의 단원들에게는 그랬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단원들의 반발에도 강인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강마에가 정희연, 배용기가 찾아온 이후 흔들렸던 것입니다.


- 강마에를 향한 강건우의 위로는 무례하지 않았나?


물론 감정을 고려한 형식으로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이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절한 거짓의 형식보다는 무례한 진실의 형식이 옳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강마에에게 위로가 되었던 강건우의 행동을 보면 이 생각이 틀린 것만은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흔들리는 강마에의 물음에 강건우는 친절한 거짓의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갑자기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는 건우의 행동은 무례한 강마에의 소통의 형식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마에는 여기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왜냐하면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강마에에게 뿐 아니라 그 장면을 지켜보는 저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결국 강마에는 강건우, 두루미의 위로(?) 덕분에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강마에가 사과를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말하듯 진실된 사과가 아닌,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까지 강마에는 무례한 진실의 형식을 택합니다.


- 무례한 진실을 통해 전해지는 진심 


하지만 이 무례한 진실의 형식을 통해 강마에의 진심은 전해집니다. 비록 악장을 비롯한 몇몇 단원들은 끝내 사표를 처리합니다. 하지만 떠나는 악장에게서 강마에에 대한 불만이 다소 누그러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게된 단원들은 강마에의 생일파티를 준비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친절한 진실의 형식을 통해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은 없겠습니다. 하지만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진실보다는 거짓이 난무하는 (그것도 가진 자들으로부터) 시대 속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저로서는 강마에의 소통법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무례한 진실. 때로 진실은 무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례한 진실을 통해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면 저는 강마에와 같이 그런 방법을 택할 것입니다. 물론 친절한 진실을 통해 진심을 전달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먼저이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연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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