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문제를 바라보는 다른 자세
위안부문제를 바라보는 다른 자세 (다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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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 한국영화 Korean Cinema |
| Title / Korean |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
| Title / English | My HEART IS NOT BROKEN YET | |
| Director | 안해룡 Ahn Hae-Ryong | |
| Film-info |
Korea, Japan | 2007 | 95min | DigiBeta | Color | Documentary | International Premiere | |
| Subtitle | English, Korean |
위안부 문제의 해결 정도와는 관계없이 이미 한국에는 상당수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영상이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의 영상들을 보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위안부문제로 인해 희생당하셨던 분들의 아픔에 대한 감정적 동조,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 대해 정당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한 분노 정도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영상을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지식적인, 감정적인 '정보'는 쌓일지라도 이러한 문제가 '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하긴 쉽지 않다.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현재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재일중인 위안부 송신도 할머니와 <재일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재판모)이 만나게 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재판을 청구하고, 이를 진행해 가는 내용을 담은 영화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재판과정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실적 정보에 치중했다면 이는 수많은 기존의 영상들과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단순히 위안부 문제라는 문제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감독의 의도가 어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내가 느낀 것은 위안부라는 문제가 그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라는 것이다. 수동적 피해자 입장에 있던 송할머니가 재판을 계속해가며 적극적인 반전 운동가로서의 모습으로 변해갈 때. 전쟁에서의 개인적인 아픔을 전쟁 당사자였던 일본인들과 공유하며 모든 전쟁을 반대하는 보편적인 가치로 발전시키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위안부 문제가 단순한 피해 당사자 개인의 문제나 국가와 국가간의 과거사 배상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송할머니는 지속적으로 외친다. 그러한 전쟁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여기서 우리는 송할머니가 재판을 지속해가는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 피해에 대한 심리적, 물질적 보상이 아닌 같은 역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임을 느낀다. 과거에 대한 진지하고 진솔한 반성이 없다면 언제든지 같은 역사의 실수는 반복된다. 과거의 진실을 외면한다면, 과거의 진실을 알지 못한다면 다시금 그러한 거대한 물결이 몰아닥칠 때, '전쟁터에 나가면 먹고 살 수 있다'라는 말에 속아서 위안부의 고통을 경험한 송할머니처럼 우리 또한 역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편 송할머니를 존중하며 모든 재판의 방향을 송할머니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던 재판모는 송할머니와 대화를 통해서 그것이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된다. 오히려 송할머니에게는 이러한 재판이 더 힘든 삶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재판이 송할머니 생전에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기에 단순히 자신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조용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편했을 수도 있다. 재판모는 겉으로는 송할머니를 존중하기 때문에 재판의 주체를 송할머니로 여겼던 것 같았지만, 사실은 이 문제에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주인공은 물론 송할머니였겠지만, 우리 모두 또한 그 문제의 한 중심에 서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갖는 감정은 미안함, 감정적 동정, 안타까움 정도를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나는 감사함이란 감정이 생겼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가 자신의 살아생전에 완전히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순히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임을 이제는 깨닫는다.
역사의 진실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면, 그 실수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면 같은 역사는 반복된다.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분명한 반성을 위해서라도 현실 속에서 일본정부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을 돈을 지불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공식적 사과를 표현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남겨줄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같은 역사를 반복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인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어주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나는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진실을 밝혀주는 스승과 같은 존재로서.
제목에서 암시되었듯이 재판은 이미 패소했고, 할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의 결과를 떠나서 할머니는 자신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지지 않은(는) 마음은 사회 여기저기의 운동이나 이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에 대해 지지 않으려는 마음, 역사의 실수를 반성하고, 더 나은 역사를 만들어가려는 마음으로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덧붙임>
1. 이제는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바뀌기를 바란다. 단순히 민족적 감정으로 대응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감독님께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실질적 관심과 지원은 한국 시민사회보다 일본 시민사회에서 더 활발하다고 한다.(이 다큐멘터리 또한 재판모 단체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 군국주의의 지배층에 대한 분노를 단순히 일본인에 대한 분노로 치환시키지 않길 바란다. 그것보다는 이 위안부 문제가 위안부 할머니들과 한국정부, 일본정부간의 문제가 아닌 오늘의 역사를 살아가는 나자신을 위한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이 더나은 대응을 위한 기본자세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2. 이 다큐멘터리가 위안부문제에 대해 단순한 감정적 동조,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 대해 정당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한 분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제작을 요청했던 재판모가 일본의 단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본인이기에 그러한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 이상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송할머니의 영향이 더 컸으리라고 생각된다. 연약한 피해자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는 운동가로 변한, 개인적 아픔으로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인식으로 발전시킨 할머니의 모습이 전반적인 내용에 투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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