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덴의 동쪽> 몰입이 되시나요?


<에덴의 동쪽>을 보면서 갈수록 지켜보기 힘든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오늘 <에덴의 동쪽>보면서 저는 중간중간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배우들의 연기력 문제도, 슬프고, 감동적인 시대의 모습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에덴의 동쪽>이 추구하는 대사와 몸짓들 때문이었습니다.



- 중년배우도 벌벌기게 만드는 <에덴의 동쪽>의 대사들


사실 <에덴의 동쪽>의 대사에 대한 지적은 이미 여러번 제기된 문제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이전에 이미 대사 자체가 자연스러운 연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버리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더 대사가 걸리더군요. 초기 아역배우들의 열연으로 인해 <에덴의 동쪽>의 대사 스타일에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그러한 익숙함마저 깨뜨리고, 몰입을 방해해버리는 정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특히 연기력 논란이 일만한 젊은 대형스타들도 아니고, 민회장(박근형)의 아내이자  혜린(이다혜)의 어머니로 출연한 배화미(정연숙)의 연기마저도 대사로 인해 어색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름대로 시대극에 익숙하실만한 중년의 연기자들에게조차도 <에덴의 동쪽> 스타일의 대사는 소화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그 속에서도 유동근의 연기는 홀로 빛나더군요.)

대사의 말투 뿐 아니라 대사의 내용자체도 어색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오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만한 동철과 동욱의 재회 장면에서 나누는 대사들을 보면 <에덴의 동쪽>에서 추구하는 대사가 명장면조차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동욱의 형, 이동철의 목소리 맞지?", "꿈이 아니고, 환청이 아니라고 대답해." 등의 대사는 몇년만에 재회한 사람들이 그것도 그렇게 벅찬 상황 속에서 나눌 수 있는 대사인지 저는 공감이 안갑니다. 물론 이 대사 자체에 별 무리를 안느끼시는 분들도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뿐 아니라 어색한 대사는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 잊을만하면 나오는 바로 그 몸짓,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동작



<에덴의 동쪽>의 아역시기를 주름잡았던 몸짓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하루에 몇번이고 등장했던 몸짓이 동철, 동욱이 헤어진 이후로 등장하지 않더니 오늘에서야 다시 빛(?)을 발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이 동작을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으시던데, 저는 이 동작만 보면 드라마 속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이 동작은 감정이 절정에 다다른 시기마다 등장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청자들이 스토리에 흠뻑 빠져 감정에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인데, 갑자기 잠시의 적막이 흐르더니 동철이 팔을 벌려 만세자세를 취합니다. 그리고 가슴을 두드리죠. 손을 앞으로 뻗으며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그리고 동욱도 어떤 때보다 감정으로 벅차오른 표정, 혹은 비장한 표정을 하고 이 동작을 함께 합니다.

이렇게 감정의 절정을 해소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던 이 동작은 오늘 또한 등장했습니다. 역시 하이라이트라 부를만한 동철과 동욱의 재회 장면이죠.

같이 보던 지인에게 우스갯소리로 이쯤에서 한번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하는 순간 아니라다를까 등장하던 이 장면덕에 (과장을 좀 섞으면) 저와 지인은 오늘 최고의 명장면을 머리를 쥐어뜯으며 감상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이 동작으로 재미를 좀 봤는지, 오늘 새로운 동작을 하나 선보이더군요. 주목하셨을지 모르겠는데, 바로 영란(이연희)의 동작입니다. 예상이 가시나요?



민회장과 국회장, 영란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국회장에 영란에게 조신하게 있으라고 말하자 영란은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합니다. 그리고 한번이 아니라 두번이나 이런 동작이 반복되죠.

이 동작을 보면서 저는 이연희의 연기논란은 역시나 제작진들이 조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장난스러운 음모론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느 연기자가 그런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단말입니까. 혹시나 이 동작에도 재미를 보게 되서, 자주 등장하는 동작이 되어버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까지 듭니다.



-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에덴의 동쪽>

이런 대사와 몸짓 때문에 저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현실로부터 드라마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게 될 때 시청자들과 교감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순간조차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은 현저하게 줄어들죠.

혹시나 <에덴의 동쪽>은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래서 이 시대의 모습은 이 시대의 모습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당연히 그런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사와 몸짓들.  <에덴의 동쪽>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이런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는 <에덴의 동쪽> 초기에 우리 근,현대사를 보여줄 수 있는 시대극이 등장했다는 것에 대해 기쁨을 표한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에덴의 동쪽>이 보여주는 내용들을 보니 이런 기대가 헛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부디 <에덴의 동쪽>이 시청자들을 드라마의 이야기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 이야기로 끌어들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Posted by 연어군

트랙백 주소 :: http://byignorance.tistory.com/trackback/92 관련글 쓰기

  1. Subject: 드라마 &lt;에덴의 동쪽&gt;에서 장남의 책임을 보다!

    Tracked from 피앙새(fiancee)의 세상 이야기 2008/09/30 00:14  삭제

    우리 사회에 지금 비치고 있는 장남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옛날에 장남은 한 가문의 대를 잇고, 가문을 이끌어 갈 책임과 조상에 대한 제사 의무 등 많은 짐과 굴레를 지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만한 댓가, 이를테면 형제중에서 재산을 가장 많이 물려 받는다거나 집안 대소사에 장남에 맞는 대우를 해주었습니다. "난 비굴하게 살아 남아도, 두 손에 피를 묻혀도, 태백산 같은건 가슴에 못 품어도, 내 가족은 내가 지킬 거야!" 에덴의 동쪽(이하 '에덴'으..

  2. Subject: '에덴의 동쪽'의 어설픈 합성

    Tracked from 금석문:金石文 2008/09/30 09:10  삭제

    MBC 창사47주년 특집드라마 '에덴의 동쪽' 매주 월화드라마는 '타짜'를 보았는데, 오늘(29일)은 어머니가 보고 계신 '에덴의 동쪽'을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늘 연기력 부재로 늘 욕 아닌 욕을 먹고 있는 이연희의 모습은 언제봐도 어떻게 이런애가 배우가 됐는지 너무나 의심스럽습니다. 그것도 주연급으로 말이죠.. 참 아이어러니 합니다. 이연희의 연기 문제로 짜증이 넘쳐가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가운데, 더욱 짜증나는 것이 있었으..

  3. Subject: 연기에 몰입할 수 없었던 사투리가 사라졌다. - 타짜

    Tracked from 마구잡이 블로그 2008/09/30 09:15  삭제

    타짜를 첫 회부터 시청해 온 필자는 영화<타짜>의 재미를 드라마에서 기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설픈 부산 사투리로 인해 연기자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산지역 출신인 영민, 고니 이외에는 다들 어색하더라구요. 사투리를 배워서 하는거라 조금(?)은 어색할 수 있지만, 드라마<타짜>의 지역 배경이 꼭 부산이어야만 했는지에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어색한 사투리는 이제 그만... 드라마 중반 고니의 서울 상경 3년이 지난 주인..

  4. Subject: 오묘한 매력(?)의 에덴의 동쪽 :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Tracked from 타라의 온라인 세상 - 이야기 풍경 2008/09/30 18:22  삭제

    월화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참 요상한 드라마이다. 그 뭐랄까..? 영화 <다찌마와 리>를 보는 듯한, 그러한 작위적임과 어색함이 극 전반에 흐르는... 그런데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같은 경우엔 의도적으로 그런 설정을 한 영화이고 그것 자체가 그 영화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제작진에서 딱히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오버스러움과 작위적임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주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